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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2026-06-10·14분 읽기

물류 자동화, 파이프라인이 끊기는 자리부터 찾는다

황관희 · 5years+ 대표READ MORE ↓
목차 · Contents

사람 다음에 짐, 짐 다음에 다시 사람

지난 회에서 이력서 매칭과 온보딩 자동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을 들이는 자리를 정리하고 나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은 결국 "그 사람이 옮기던 짐은 어떻게 흐르고 있느냐"입니다. 인재가 부족하다는 비명이 가장 먼저 터지는 현장이 물류라는 것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굳이 통계로 증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AI로 물류를 통째로 바꾸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픽업·트래킹·통관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어딘가에서 매번 같은 자리에서 끊깁니다. 그 끊김 자리에 무엇을 어떻게 끼워 넣느냐가, 자동화가 정착하느냐 1년 뒤 조용히 사라지느냐를 가릅니다.

물류 관제 화면 앞에 선 디스패처와 트래킹 흐름이 표시된 모니터 월

왜 "끊김 자리"부터 봐야 하는가

업계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2030년까지 운전기사가 27% 줄고, 전체 화물의 36%가 운반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36%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일감 셋 중 하나가 멈춘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이 곡선을 5~10년 뒤에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압력이 "전 공정을 다 자동화하자"는 결론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지난달 한 3PL 업체 대표님과 두 시간 가까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라우팅 솔루션은 이미 깔려 있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그분 모니터에는 트래킹 번호 한 줄이 빨갛게 멈춰 있었습니다. 차는 출발했는데 화주에게 보낼 ETA를 누가 갱신해야 할지가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처음에 저도 "AI 라우팅만 잘 붙이면 끝나지 않나" 정도로 봤습니다. 실제로 들여다보니, 라우팅은 이미 어지간한 회사에 있습니다. 끊기는 자리는 라우팅과 라우팅 사이, 시스템과 사람 사이, 한국 사무실과 일본 통관 창구 사이의 "여백" 쪽이었습니다. 업계에서 "무분별한 자동화 장비 투자에 앞서 물류센터 현황 점검과 최적화 컨설팅이 먼저"라고 반복해서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을 셋으로 잘라서 본다

현장에서는 보통 세 구간으로 나누어 끊김 자리를 찾습니다. 픽업, 트래킹, 그리고 통관·서류입니다.

1) 픽업 — 디스패치판의 "수기 메모"가 남아 있는가

Onfleet, Hemut 같은 SMB 향 라스트마일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라우팅·드라이버 배정·고객 알림이 한 화면에서 처리되는 것이 표준이 됐습니다. 다만 표준이 되었다는 말과 정착했다는 말은 다릅니다. 디스패치 담당자 책상 옆에 여전히 수기 메모지가 한 묶음씩 쌓여 있는 회사가 적지 않습니다.

이 메모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화주가 카카오톡으로 던지는 "30분 뒤에 한 건 더 보내도 되나요"가 시스템 어디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픽업 자동화의 핵심은 라우팅 알고리즘이 아니라, 이 비공식 채널 입력을 "가짜 주문"으로라도 시스템에 흘려보내는 작은 어댑터 한 장입니다.

2) 트래킹 — 알림이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가 비어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ORCA·GVIS 같은 대형 플랫폼이 실시간 가시성을 어디까지 끌어올렸는지는 뉴스에서 충분히 다뤄졌습니다. 기후나 분쟁 같은 돌발 변수에 대체 운송 경로를 자동으로 산출하는 수준입니다. 중소 화주가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지만, 발상은 가져올 수 있습니다.

"화물이 어디 있느냐"는 지난 10년 동안 어지간히 풀렸습니다. 정작 안 풀린 쪽은 "이 정보가 누구에게 어떤 톤으로 가야 하느냐"입니다. 같은 30분 지연이라도 단골 화주에게는 짧은 메모 한 줄이면 되고, 신규 화주에게는 사과 한 마디와 대체 ETA가 같이 가야 합니다. 글로벌 트렌드는 이 판단을 사람이 매번 안 하도록 "agentic" 한 자동화로 옮기는 흐름입니다. 단순 RPA가 "규칙이 정해진 일을 빠르게" 했다면, 이쪽은 "이번 화물은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언제 보낼지"까지 판단합니다. 이 차이가 작년부터 SMB 현장에서도 체감되기 시작했습니다.

3) 통관·서류 — 사람이 매번 확인하지 않게

통관은 한국·일본 양쪽에서 일하는 무역상사·포워더에게 가장 "속이 타는" 구간입니다. lane 마다, 품목 마다 적용 규제가 다르고, 서류 한 칸이 비면 컨테이너가 며칠씩 멈춥니다. 야간 통관 대기 화면을 한 번이라도 본 분이라면 이 비용이 어떤 무게인지 아실 겁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의미 있는 변화는, LLM을 통관 ETA 예측·AP 매칭·서류 검수 자리에 끼워 넣는 시도가 "데모" 단계를 지나 운영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핵심은 LLM이 통관사의 판단을 대체한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lane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어떤 패턴으로 처리해왔는지를 사람이 다시 떠올리지 않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저희가 5years+에서 진행한 자동화 프로젝트들에서도, 통관 쪽은 거의 항상 "전면 자동화"가 아니라 "검수 보조" 형태로 들어갑니다. 그쪽이 정착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는가

아마존 지바 미나토 풀필먼트 센터가 하루 60만 개를 2~3시간 만에 출하한다는 보도가 작년부터 자주 인용됩니다. 인상적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국·일본 SMB의 의사결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숫자입니다. 그쪽은 "끝까지 자동화하면 이렇게 된다"의 참고용일 뿐, 출발선이 너무 다릅니다.

현실적으로는 세 가지 질문 정도로 충분합니다. 첫째, 우리 회사에서 "같은 사람이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화면을 보고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 둘째, 화주·창고·운송사 사이에서 메시지가 카카오톡·전화·메일로 흩어져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 셋째,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멈추는 판단이 무엇인가. 이 세 질문에 답이 빠르게 나오는 회사는, 자동화 도구를 고르기 전에 이미 절반은 끝난 셈입니다.

참고로 지난 회 HR 자동화 글에서 다뤘던 "사람이 들어오는 자리"의 정리 작업과, 이번 "짐이 흐르는 자리"의 정리 작업은 같은 회사 안에서 따로 떨어진 일이 아닙니다. HR 쪽에서 정리해 둔 권한·온보딩 정보가 디스패치 화면의 접근 권한과 통관 시스템의 사용자 계정으로 그대로 흘러야, 야간에 누가 ETA 메모를 갱신할지 같은 작은 결정도 사람을 바꿔가며 이어집니다.

마무리

물류 자동화는 "AI 라우팅을 한 번 도입했다"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픽업·트래킹·통관 사이의 비어 있는 여백을 한 칸씩 메우는 작업이고, 그 여백을 찾는 데 가장 좋은 도구는 여전히 "지난주에 누가 어디서 멈췄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저희 5years+는 한국·일본 중소기업의 자동화 도입을 작은 PoC 단위부터 함께 진행해왔습니다. 우리 회사 파이프라인의 어느 자리가 끊기고 있는지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으시다면, 무료 상담 문의를 통해 편하게 말씀 주셔도 됩니다. 기존 사례 자료가 필요하시면 그쪽도 함께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다음 회는 짐이 움직이고 난 다음에 따라오는 돈의 흐름 이야기입니다. 송장 처리에서 결산까지, 세무·회계의 어디까지가 사람의 손을 덜 수 있는 구간인지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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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J.H
황관희
5years+ 대표 · EST. 2022

5years+ 대표. AI 에이전트, 업무 자동화, 웹·앱 개발을 통해 한국·일본 기업이 '반복'에서 벗어나 '성장'에 집중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Claude API, n8n, Next.js 기반 스택으로 52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납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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